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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1 20:04 수정 : 2008.07.31 20:04

사설

미국 지명위원회가 지난주 ‘주권 미지정’으로 바꿨던 독도 영유권 표기가 어제 ‘한국’과 ‘공해’로 원상회복됐다.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렇게 일단락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이명박 정부 외교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한-미 사이의 독도 관련 인식 차이가 새삼 확인된 점에서 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미국이 표기를 되돌린 것은 표기 변경이 애초부터 잘못이었음을 뜻한다. 지명위원회는 지난해 ‘주권 미지정’이라는 코드를 만든 뒤 독도에 처음 적용했다. 한국을 경시한 비합리적 조처다. 표기 회복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크게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그러잖아도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한번 연기된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독도 문제와 관련한 전반적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미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공식화했다. 이른바 ‘중립적 태도’인데, 이는 사실상 일본의 독도 분쟁 지역화 획책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무부가 애초 지명위원회의 표기 변경을 뒷받침한 데도 이런 친일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리앙쿠르 록스’라는 독도 지명 표기는 그대로 남았고, 일본의 주권침탈 야욕 역시 그대로다. 자칫하면 이번 일이 국제적인 ‘독도’ 표기까지 위축시킬 수도 있다.

이번에 드러난 이명박 외교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번 표기 변경은 최근 의회도서관이 독도 검색어 변경을 추진하다가 중단한 뒤 관련 근거를 지명위원회에 문의함으로써 시작됐다고 한다. 주미 대사관 쪽은 이런 움직임을 까맣게 몰랐으며, 의회도서관의 움직임이 알려진 뒤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평상시 대비도 없었고, 사태 조짐이 있었을 때도 일이 터지기를 기다린 꼴이다. 경위를 파악하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 어설픈 한-일 신시대 정책 속에서 독도 외교는 아예 뒷전이었다.

더 엄중해진 상황에 웬 자화자찬인가

청와대 태도 역시 안이하다. 청와대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 대신 표기 회복을 ‘한-미 동맹 복원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독도 문제가 불거지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할 대통령이 분쟁 지역화를 전제로 유·불리를 따지는 듯한 태도다. 그는 이번 일과 관련한 책임에 대해서도 “그때그때 잘못할 때마다 인책하느냐”며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독도 외교에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기 위한 전략적 접근과 국제여론을 이끌고 사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상적 접근이 함께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양쪽 모두 취약하다. 땜질 외교, 사후수습 외교는 더는 안 된다. 이번 일은 독도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와 같다. 이번에 교훈을 얻지 못하면 이명박 외교에는 앞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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