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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1 20:05 수정 : 2008.07.31 20:05

사설

국방부가 잘 알려진 교양서와 베스트셀러, 세계적 석학의 저서까지 ‘불온서적’ 딱지를 붙여 육·해·공군에 수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런 지침이 문제된 뒤에도 불온서적 분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직도 ‘불온’ 딱지 붙이기가 횡행한다는 게 놀랍기만 한데, 그래도 잘못이 없다는 투니 더욱 딱하다.

군 보안부서가 정했다는 불온서적 목록을 보면, 군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보다 한참 낮은 쪽으로 자신을 추락시키려는 것 같다. ‘반정부·반미 서적’으로 분류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여러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영어판과 한국어판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대중 경제교양서다. ‘북한 찬양’ 도서라는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방송에서 권장도서로 뽑혀 수십만 부가 팔렸고, ‘반정부·반미’라는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는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다. 대학 교양수업 교재도 들어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읽고 추천하는 책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는 따위 일이 계속되면 사회와 군의 거리는 그만큼 더 멀어지게 된다. 군이 사회 일반의 지성과 인식에서 멀어질수록 다른 여러 사회집단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격차는 자칫 오해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2년을 군에서 보내는 젊은이들이 다양성과 창의성, 비판력을 기를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군이라고 해서 그런 불이익이 정당화될 순 없다.

국방부의 지침은 정권의 논리를 강요하려는 것이어서 더욱 위험하다. 국방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경우, 세계화나 공기업 민영화 등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 불온서적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읽어야 하고, 무엇을 들어야 하며,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정하는 게 바로 검열이다. 전체주의 국가나 군사독재 체제가 저질렀던 반지성적이고 야만스런 일이다. 군은 당장 이런 퇴행적 조처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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