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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 개혁, 국민 편에서 봐야 |
사법제도개혁 추진위원회가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위한 세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짓고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 내용을 피고인이 부정하면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고, 검찰의 수사기록을 공판 시작 전에 피고인 쪽에 공개하며, 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신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지난 15일 공청회에서 윤곽이 나왔던 것들인데, 최종안이 언론에 미리 보도되면서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개추위의 안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현행 형사소송 체계의 문제점을 고치자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우선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검찰이 강압에 의해 받아낸 자백이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기도 하다. 증거개시제는 공판시작 전에 피고인 쪽이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공판 시작 단계에서부터 필수적으로 검찰이 피고인을 신문하도록 한 것을 폐지하려는 것은, 검찰의 신문이 피고인을 위축시키고 피고인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런 보완이 없으면 검찰쪽 입지가 너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개추위의 안은 그동안 우리 사법제도가 ‘효율과 신속’을 지나치게 앞세워 ‘공정하고 엄밀한 절차를 통한 진실 발견’을 소홀히해 왔다면, 이제 두 가치 사이에 균형을 찾자는 것이다. 이는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에는 훨씬 많은 품을, 나라 전체로는 훨씬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일이 줄어드는 만큼, 죄를 짓고도 입증이 어려워 빠져나가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개선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검찰의 분위기는 아주 격앙돼 있다. 김종빈 검찰청장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검사장 모임이 다시 열릴 모양이다. 사실 최근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은 모두 검찰의 권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보다 법원 쪽에 힘을 실어주게 될 사개추위의 개선안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검찰 스스로 추진해온 개혁 방안을 생각할 때 서운한 느낌도 있음직하다. 그러나 국가기관 사이 힘의 이동은 제도 개선에 뒤따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이 적합하냐다. 검찰은 사법제도 개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국민의 처지에서 곰곰 생각해본 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을 설득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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