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1 19:05
수정 : 2008.08.01 19:05
사설
18대 국회 원 구성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번에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여야 합의를 청와대가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그저께 상임위원장 배분 등 그동안의 쟁점을 일괄해서 합의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합의사항 중 하나인 장관 인사청문회 방안에 대해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원 구성 협상 전체가 결렬되고 만 것이다. 모처럼 이룬 정치적 합의를 청와대에서 깬 꼴이다.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이번 일과 관련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상임위에서 하도록 국회법 등에 규정돼 있는데 여야가 특위를 만들어 실시하기로 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법 조항만 놓고 본다면 청와대의 주장에 일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의 취지를 외면하는 편협한 법 해석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상임위에서 하도록 규정한 것은 상임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한 당연 조항일 뿐이지, 상임위 아닌 특위에서는 안 된다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원 구성이 되지 못해 상임위가 없는 상황에서는 특위를 구성해 청문회를 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다. 그 법 조항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청와대는 지난 20여 일 동안 여당이 특위에서의 인사청문회 방안을 야당에 줄기차게 요구할 때 왜 한 번도 제동을 걸지 않았는가.
청문회 특위 구성 방안을 정 수용하기 싫다면 상임위 구성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물론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국회가 불가피하게 위반하게 되는 셈이지만, 국회를 존중하고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면 며칠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국회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 원 구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피치 못하게 청문회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정황을 무시하고 ‘법대로’를 내세워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 경색은 피할 수 없다.
안병만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부정 편입학 관여설 등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의혹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런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의심을 살 게 뻔하다. 그렇게 돼서는 소신있게 장관 업무를 수행하기도 어렵다. 청와대는 독선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국회와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기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