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3 21:49
수정 : 2008.08.03 21:49
사설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태도가 한심할 정도다. 권력 앞에 스스로 몸을 낮추는 모습이 뚜렷하다. 오죽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검찰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불평을 토로하겠는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부인 사촌언니인 김옥희씨 사건이 서울지검 특수부가 아닌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된 데 대해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검찰이) 공직선거법으로 걸지 않고 사기로 걸어 아쉬움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쪽이 수사축소 의혹의 화살을 피하고자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 내용을 자세히 보면, 검찰 스스로 ‘알아서 기고 있다’는 의혹이 더 짙다. 검찰은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니 좀더 지켜봐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건 시작부터 단호한 의지로 수사에 임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했다. 검찰은 이 점에서 이미 국민의 믿음을 잃었다.
출범한 지 6개월도 안 된 정권에서 터져나온 친인척 비리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신뢰와 직결돼 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현 정권은 가뜩이나 추락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가 힘들어진다. 검찰로서는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철저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게 오히려 이명박 정권을 돕는 길이다.
최근 검찰이 보이는 행태는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게 많은 국민들의 시각이다. ‘피디(PD)수첩’과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조사나, 조·중·동 광고싣지 말기 운동에 나선 누리꾼들에 대한 수사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검찰은 지난 4월 18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헌금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야당의 비례대표 의원 2명이 구속됐지만, 한나라당은 수사 칼날을 비켜갔다. 뚜렷한 의혹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도 비례대표를 둘러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내준다.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일 아무런 명분이 없다.
이번 수사에 걸린 건 이명박 정권의 신뢰만이 아니다. 검찰 신뢰도 걸려 있다. 검찰은 청와대의 불평까지 듣는 수모를 더는 겪지 말고, 엄정한 수사로 자체의 위신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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