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8.06 19:03 수정 : 2008.08.06 19:03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세 부처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국회가 20일 이내로 정해진 인사청문 시한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법에 근거해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논리다. 적어도 법적으로 장관 임명이 불법은 아니란 청와대 설명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일 뿐 아니라 원활한 국정 운영을 책임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여야 합의사항까지 깨면서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에서, 정치권 합의를 종이쪽보다 가볍게 보는 오만함을 국민은 느낀다.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건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그토록 비판했던 ‘독선적 국정운영’의 부활과 다를 바 없다. 요즘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은 국가기관을 무리하게 동원한 방송사 사장 교체, 검찰을 수족처럼 활용한 ‘표현의 자유’ 억압, 경찰의 5공식 시위 강경진압으로 표출되고 있다. 수십만 촛불 앞에 고개를 숙였던 건 이명박 대통령에겐 이미 잊혀진 기억으로 보인다.

장관 임명 강행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해 나갈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뒤늦게라도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여야 합의를 거부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하는 것과 같다. 벌써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국회 상임위 구성을 한나라당 단독 또는 ‘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 교섭단체’와만 협의해 강행하고, 민주당이 응하지 않으면 주요 민생법안들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 독주에 발맞춰서 국회에선 거대 여당이 자신의 힘을 마구 쓸 게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는 지적은 옳다. 그럴수록 여야가 타협해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 혼자 힘으론 어떤 입법을 하든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정치적 논란과 대립만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권이나 때론 실패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패를 두 번 되풀이해선 안 된다. 오만과 독선이 부른 광범위한 저항을 이미 목격했으면서도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이 정권의 앞날을 오히려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