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7 20:16
수정 : 2008.08.07 20:16
사설
정치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지난주 거의 다 됐던 원구성 협상이 청와대 쪽 개입으로 틀어지더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병만 교육부 장관 등 장관 셋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것이 여야 대치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은 당분간 원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다음주초까지 기다린 뒤 민주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제3의 교섭단체인 ‘선진 창조의 모임’과 협의해 상임위를 구성하겠다는 태도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중대 결심’을 15일로 잡아 놓은 바 있어 자칫 사실상의 여당 단독 원구성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이르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이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꼼짝도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하는 거대 여당 한나라당도 결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인사청문특위 구성을 거부하고 장관 임명을 밀어붙일 때 ‘원활한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특위에 합의한 것은 내 잘못이오’라고 고개만 숙였으며,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첫 행보”라고 말했다. 국회를 무력화하는 청와대의 일방주의에 당 지도부가 오히려 박수 치고 있으니 정치가 복원될 리 없다.
그뿐만 아니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몰아내고자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초법적인 행위를 정부가 자행하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정 사장 개인을 두고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고, 한나라당이 그를 싫어하는 정서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방식의 막무가내식 몰아내기는 우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 아닌가. 제대로 된 민주정당이라면 정부의 탈법적인 행위를 앞장서 견제해야 마땅하다. 정작 해야 할 말은 못 하면서도 ‘아프간 재파병’ 등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은 앞다퉈 늘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원외 투쟁을 원망하기 전에 왜 정치가 실종됐는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형 정치로는 국정 주도권 회복은 고사하고 여당의 설자리조차 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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