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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07 20:17 수정 : 2008.08.07 20:17

사설

중국 베이징에서 화려한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8일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지 1081일째 되는 날이다. 또 회사 쪽과의 막판 합의가 번복된 데 항의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59일째 되는 날이다.

회사 경비실 옥상에 천막 하나 쳐 놓고 뜨거운 폭염 아래, 때론 폭우를 맞으며 두 달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으니 노동자들의 상태가 어떨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건강이 ‘의학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그들을 만나본 의료진의 얘기다.

지난 6월7일 어렵사리 이루어진 단체교섭에서 회사 대표이사는 ‘자회사에서 1년간 교육 후 정규직 채용’을 제안했고,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회사 중간관리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의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어이없는 일이다. 만약 이 합의가 지켜졌다면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생명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쪽은 ‘한국에서 더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중국에서 가동하기 때문에, 기륭전자로의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3일엔 한나라당이 나서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설립 주체와 운영 주체, 사업 내용조차 불분명한 신설 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1년5개월 뒤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어서, 3년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외치며 농성해 온 노동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상태로는 여성 노동자들의 단식은 오늘도 또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 시민사회단체 모두 비상한 관심을 갖고 기륭전자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노사 모두 한걸음씩 물러서더라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기륭전자 해고노동자들의 정규직 채용은 정말 불가능한 건지, 만약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고용의 질과 안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지난 3년 동안 노사간에 쌓인 앙금을 어떻게 털어낼 것인지 등을 놓고 진솔한 대화가 절실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그들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야만의 사회’가 된다. 우리 모두 나서 그들이 웃으면서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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