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8 19:18
수정 : 2008.08.08 19:18
사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도부터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로 하고, 어중간한 세 등급별 학생비율 공개 방안을 택했다. 학교 서열화 우려와 학부모 알권리 충족을 절충한 결과라고 둘러대는 걸 보면 교과부도 꽤 난감했던가 보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학교 서열화는 피하기 어렵고,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 고교 등급제 등 그 폐해 또한 피할 수 없다.
학교별 공개는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이 정권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이다. 지난해 학교정보공개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공개 단위는 초·중등학교의 경우 지방교육청, 고교는 시·도 교육청 단위여야 한다는 데 조정이 이뤄졌다. 학교별 공개는 교육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학교 서열화와 함께 학교 교육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데 공감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고려는 이제 휴짓조각이 됐다.
학교 서열화의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여기에 서울시 교육청이 2010년부터 실시하겠다고 한 고교 선택제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 결국 지금의 평준화 정책은 뿌리뽑히고, 학교 등급제가 대세로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서울 교육청은 성적이 나쁜 학교에는 예산 지원까지 줄인다고 했으니, 성적이 나쁜 학교는 슬럼화될 것이다. 주로 저소득 서민계층 거주지역의 학교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각 학교가 평가시험에 매달리면서 학교교육은 왜곡된다. 평가 대상 다섯 과목 이외에 다른 교과목이 희생되는 것은 물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창의적 사고력 학습이나 자기주도형 학습은 실종된다. 사교육의 극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여전히 최고 수준인 교과목 실력 향상이 아니다. 최하위권인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키우는 일이다. 이런 가치와 목표가 오로지 성적 경쟁 앞에서 희생돼야 하는 현실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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