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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08 19:19 수정 : 2008.08.08 19:19

사설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어제 감사원의 해임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방송사에 난입한 경찰이 항의하는 사원들을 폭력으로 끌어내고, 일부 이사들이 퇴장하는 파행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곧 대통령의 해임 결정과 정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잇따를 것이라고 한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집요한 공작이 착착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듯하다. 정부는 한국방송에 이어, 대통령 측근의 사장 취임 반대운동이 벌어지는 <와이티엔>(YTN)에도 경찰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압수수색도 예상된다. 비판을 틀어막고자 가진 힘을 다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하는 셈이다.

이런 일들이 법적 근거도 없이 마구 벌어지고 있는 것은 더 놀랍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 이사회의 제청, 대통령의 결정 등 마치 절차를 밟는 듯한 행동 하나하나가 실제론 모두 법의 명시적 규정에 반하는 것들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32조가 해임요구 사유로 정한 ‘현저한 비위’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는데도 해임을 요구했다. 법리에 어긋나는 위법이니, 애초 이사회가 안건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사장 해임 제청이 이사회 권한도 아니다. 구 방송법은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의 임면권을 갖도록 했지만, 현행 방송법은 임명권만 부여했고 사장 임기도 보장했다. 그 취지가 한국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함부로 사장을 해임하지 못하도록 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사회의 해임안 상정이나 대통령의 해임권 행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로 원천 무효가 된다. 이를 무시하고 해임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헌법 정신에도 배치된다. ‘언론 쿠데타’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방송 장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정 사장을 쫓아내는 일에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기관과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됐다.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친정부 인사들이 다수를 점하게 하느라 법적 근거도 없이 반대쪽 이사를 해임하는 등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았다.

법·절차·상식 무시한 ‘언론 쿠데타’


그렇게 법과 상식,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방송을 장악하려 한 목적도 분명히 드러냈다. 청와대 등 정부쪽은 “국가 기간방송이 국가권력과 대립하는 상황은 국정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방송이 정권의 뜻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과거 독재시대의 관영방송이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이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이라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성취를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다. 나아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후임 사장을 자신이 정하는 것처럼 공언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하려 하고 있다. 방송을 정권의 사유물로 삼겠다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다.

이제 90년대 방송 민주화 투쟁으로 이룬 방송 독립은 중대한 위기에 놓이게 됐다. 사회 전체가 유신이나 5공 군사독재 시대로 퇴행할 위험도 더 커졌다.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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