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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1 20:11 수정 : 2008.08.11 20:11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안에 서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숙원을 이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니 결코 끝은 아니다.

이번 해임 조처는 대통령에게 한국방송 사장 임명권 말고 따로 해임권은 주고 있지 않은 현행 방송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근거 없는 행정처분에 불과하다. 전 단계인 한국방송 이사회의 해임 제청부터 원천 무효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은 임명권자에게 해임 권한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임명’과 ‘임면’은 엄연히 다르다. 지난 2000년 법 개정 때 ‘임면’을 굳이 ‘임명’으로 바꾼 것은, 그 취지가 정치권력이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 공영방송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입법 취지를 무시한 채 대통령 등 행정부가 정치적 편의에 맞춘 자의적 법해석으로 법에 없는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다.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는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분보장 규정 말고도, 헌법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번 해임 조처도 공영방송의 독립성, 곧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이렇게 법률이 정한 바를 넘어 함부로 임면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위헌·위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 말대로 애초 대통령에게 한국방송 사장 해임권이 있다면 왜 그런 권한을 바로 행사하지 않고 검찰·감사원 등 온갖 권력기구와 갖은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정연주 몰아내기’를 벌였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와서 해임권이 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들린다.

정부는 정 사장 해임에 이어 ‘새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기조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의 새 사장 기용을 서두른다고 한다. 해임에 대한 반발과 법적 쟁송이 있더라도 이에 아랑곳않고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속셈이겠다. 그리 되면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기관’ 쯤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한층 거세질 것이다. 십수년 동안 일궈온 방송 독립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이에 저항해 언론 자유를 지켜내는 것은 정 사장이나 한국방송만의 일이 아니라 언론 전체의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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