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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2 21:06 수정 : 2008.08.12 21:06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민 대통합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모든 국민이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자”는 게 이번 사면의 목적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국민 통합’의 의미는 찾기 어렵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기업인들까지 무더기로 사면해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게 경제 회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정치적 양심수들의 인권을 위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법의 권위가 무너진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들이 각종 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됐다가 명절 때면 슬그머니 사면복권이 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앞장서 비판했고, 사면심사위원회 도입을 주도했다. 그런 만큼 이 정권은 사면권을 훨씬 신중하게 행사하는 게 정치적 도리다. 그런데 집권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과거 정권보다 더 광범위하게, 판결이 확정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대기업 총수까지 사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이번 사면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법질서를 엄정히 지킨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이번 사면은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새 정부 임기 중의 부정 비리는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권이 촛불시위를 비롯한 시민들의 저항을 폭압적으로 억누르며 내세운 명분이 바로 ‘법과 원칙의 확립’이다. 그 ‘법과 원칙’을 비리 기업인·정치인·언론사주 사면에선 외면하자니 스스로 생각해도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과거 정부의 불법은 용서하고 새 정부의 불법은 용서치 않겠다’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지, 이런 식으로 얄팍한 변명만 일삼으니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비리 경제인과 정치인, 언론사주들을 대거 사면하고 복권시키는 건 법질서만 무너뜨릴 뿐 국민 통합엔 아무런 도움을 주질 않는다. 현 정권이 국민 통합을 말하려면, 촛불시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고 공영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부터 먼저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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