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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2 21:09 수정 : 2008.08.12 21:09

사설

지난 8일 그루지야군의 남오세티야 침공으로 시작된 그루지야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에 처했다. 남오세티야 내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개입한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영내로 진격해 수도 트빌리시 인근 도시를 점령하는 등 공격 강도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그루지야는 모든 병력을 수도 트빌리시 방어에 집중시키는 한편, 국제사회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휴전안 수용만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호소를 일축했다. 그 사이 전장에서는 수천명이 숨지고 수십만명이 피란길에 오르는 인도적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참상을 끝내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판단의 균형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야에는 러시아인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포함돼 있었다. 그루지야는 옛소련 시대부터 인정됐던 이들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들 지역에선 여러 차례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러시아·그루지야·오세티야 군으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이 배치돼 한동안 평화가 유지됐다. 이런 불안한 평화가 깨진 데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나토 가입이 좌절되자 사카슈빌리는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충돌하게 되면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우려하는 서방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나토 가입이 성사될 것으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그루지야의 도발에 대한 러시아의 격렬한 대응은, 옛 동유럽을 넘어 옛소련권에까지 나토 확대를 도모하는 등 자국을 포위하려는 서방에 대한 분명한 경고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새로운 동서 냉전 시대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 전개를 막기 위해 각 당사자는 냉정함을 유지하고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러시아는 그루지야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서방도 그루지야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를 중단하고, 역내 소수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고 공존의 길을 찾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서 국제사회는 이 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담보할 체제를 만들어내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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