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8.13 21:18 수정 : 2008.08.13 21:18

사설

<문화방송>(MBC)이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아들여 그제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불복 절차가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제작 책임자에 대해 징계성 인사까지 했다. 경영진의 이런 결정은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방송통신위 제재 등을 언론 탄압으로 보고 저항해 온 일선 언론인들의 생각과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믿고 지지해 온 국민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이번 결정을 나름대로 여러 문제를 고심한 끝에 내린 타협으로 여기는 듯하다. 엄기영 사장이 “피디수첩의 문제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화방송의 미래’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에도 그런 고심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문화방송 민영화 등 방송구조 개편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터다. 이번 일을 놓고서도 정권 차원에서 여러 종류의 심각한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날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이 검찰에 체포된 것도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겠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이번 결정으로 이런 어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방통위 제재는 수용하되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에는 항소하고 검찰의 조사 요구에는 불응하기로 한 것도, 정권과 시청자를 다 의식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순진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방송을 자신의 뜻대로 장악하고 조종하려는 뜻을 분명히했다. 방송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언론자유나 방송의 구실에 대해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들이 이쯤에서 멈추진 않을 터이다. 따지자면 검찰 수사나 방통위 제재는 문화방송 보도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에 못이겨 스스로 보도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한다면 언론을 좌우하려는 정치적 압박에 더 쉽게 굴복하게 된다.

이번 일로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가 위축되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외풍을 막아야 할 경영진이 권력에 굴복한다면 언론이 제구실을 하긴 어렵다. 문화방송은 일선 제작현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자기 검열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여러모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