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3 21:20
수정 : 2008.08.13 21:20
사설
광복 63돌, 정부 수립 60년을 앞두고 최근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선불교도연맹 등 남북의 민간단체들이 국외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해 공동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남북 사이에, 민간 차원이지만 유의미한 소통이 유지되고 또 뜻깊은 합의가 나왔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혼이 담긴 문화재, 민족사의 상처를 상징하는 약탈 문화재를 환수하겠다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
사실 일본을 상대로 한 남북의 공동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문화재 환수다. 북관대첩비는 그 좋은 실례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던 북관대첩비는 남쪽의 끈질긴 요구와 북쪽의 지원 사격으로 돌려받아, 원래 서 있던 북쪽의 함경도 길주(김책시)로 돌아갔다. 특히 남쪽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말미암아 정부 차원의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에 한계가 있지만, 일본과 국교 정상화 협상을 진행 중인 북쪽은 원점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처지다. 남쪽은 한-일 협상 때 반출된 3만4천여 점 가운데 일본 정부 소유의 1400여 점만 환수했다.
한-일 협정을 떠나, 사실 우리 정부는 문화재 환수에 특별히 노력하지도 않았다. 조선왕실의궤나 데라우치 문고, 아사이문고 등은 일제가 약탈한, 일본 정부가 소유한 우리 문화재인데도 정부는 별다른 환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가 발벗고 나선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들은 93년 전 일제가 약탈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에 남북 민간단체가 주목한 오구라 콜렉션은 환수 대상 1호로 꼽힌다. 고고·회화·조각·공예·전적·복식류 등 다양한 분야와 여러 시대의 최고급 문화재와 자료들이 망라돼 있다. 박정희 정권이 매판적 한-일 협상에서도 반환을 요구했을 정도로 급이 높다. 당시는 개인 소유였다지만, 지금은 국립 도쿄박물관에 기증됐으니, 더는 개인 소유여서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간 차원을 넘어 남북이 정부 차원에서 협력한다면, 더욱 밀도 있게 일본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이런 노력은 아예 외면한 채, 남북 대결을 강화하고 이념공세 차원의 새로운 건국신화나 지어내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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