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4 21:13
수정 : 2008.08.14 21:13
사설
그루지야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이 날카롭다. 프랑스의 중재로 어렵사리 러시아와 그루지야 사이의 휴전이 성립됐지만, 러시아는 아직 철군하지 않고 그루지야 내부로 진격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휴전 위반이라고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그루지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군 수송기와 해군병력 파견을 결정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휴전을 준수하고 그루지야에서 철군하거나 ‘21세기 정치·경제·외교·안보 구조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내놓거나 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언명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파트너십과 그루지야 지도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나라의 이런 대결 상태가 직접적인 충돌로까지 비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미국은 자국군의 파견에 대해 러시아 쪽의 오해가 없도록 사전통지를 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러시아도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모험을 감행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루지야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두 나라 모두 쉽게 물러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러시아를 방치할 경우 미국은 그동안 추진해 온 나토 확장 계획 등 대유럽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고, 러시아로선 자국의 턱앞까지 미국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용인할 수 없을 터이다. 자칫 삐끗해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미국과 러시아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 문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두 나라의 협력이 긴요한 마당에 그루지야 문제로 대립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러시아는 민주적으로 수립된 그루지야 정부를 인정하고, 미국 또한 러시아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핵 강국의 직접 대결 위험이 제기된 것을 기회로 유엔 등 국제사회는 새로운 갈등 해소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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