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5 21:35
수정 : 2008.08.15 21:35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앞세웠다. 고유가 위기를 맞아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경제체질을 바꾸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녹색성장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주요8국(G8) 확대정상회의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하자는 범지구적 장기목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고유가 때문이 아니라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의 에너지 과소비 국가로서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지금은 교토의정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 부담을 지지 않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위상에 걸맞은 구실을 요구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그린 마켓’ 자체가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경쟁에서 앞장선 나라와 앞장선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비전의 방향은 옳다. 그럼에도 구체성이 결여된데다 돌아가는 현실은 딴판이어서 믿음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초안에서 2030년 총에너지 소비가 2006년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원자력 발전시설 비중은 지금의 26%에서 41%로 늘려잡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요 관리를 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해외 자주개발과 원자력발전소 확대에 비중을 뒀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다음달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졸속정책이 우려된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새만금을 비롯해 국토 곳곳이 태양과 바람이 만개하는 신천지가 되고, 신재생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를 전개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과연 진정한 녹색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녹색성장’이란 말 자체가 성장 패러다임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생태·평화·공공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라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돼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은 공허할 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갖기도 어렵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