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7 21:34
수정 : 2008.08.17 21:34
사설
여야가 원구성을 놓고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직접적인 국회 운영과 관련된 쟁점은 합의가 이뤄졌지만,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의견차 때문이다.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사실상의 재협상 요구를 원구성과 연계하고 있는 반면에 한나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현재로서는 타협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여권의 분위기는 ‘더 이상 야당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쪽이 강하다고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늘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진전이 없다면 저는 불가피하게 국회를 살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여당 단독의 원구성을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루빨리 국회가 열려서 제 구실을 다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임기가 시작된 지 80일이 지나도록 원구성조차 아직 끝내지 못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회의 직무유기다. 그러나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국회법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다든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구성을 강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전례가 없었을 뿐더러 여야 두 축의 합의로 움직이는 국회 운영 원리에도 어긋난다.
또 여당 몫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반쪽짜리 원구성을 설령 하더라도 국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임위에서의 법안 심사도 어렵지만,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민생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편법을 사용하면 가능할지 몰라도 민주적 대표성이나 정당성은 크게 훼손받는다. 결국, 단독 원구성은 국회 정상화는커녕 오히려 여야 관계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막힐수록 민주주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는 무엇보다 합의가 우선이다. 특히 경기 규칙이나 다름없는 국회법 개정이나 원구성을 단독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여당에 필요한 것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힘자랑이나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원숙한 정치력이다. 원구성부터 단독으로 하는 정치력으로는 국정 운영에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고 답답하더라도 다시 한번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야당 역시 지나친 강경 일변도보다는 타협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야당의 주무대는 국회다. 여야가 상생하는 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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