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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7 21:36 수정 : 2008.08.17 21:36

사설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방식과 수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열린 10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처음으로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뿌려대고 무차별 연행을 강행했다. 국민을 마치 ‘사냥감’으로 여기는 듯한 이런 진압 행태는 유신시대나 5공 때도 없었다.

어떻게든 촛불집회를 무산시키려는 경찰의 강박증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명색이 ‘공권력’이라면 이런 방식의 진압을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파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뿌려댄 뒤 파란 물감이 묻어있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연행에 나섰다. 거리를 지나가다 색소 물대포를 맞은 사람, ‘대통령님 대화해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연좌농성하는 참가자들까지 무차별로 연행했다. 단순히 시위를 해산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을 모두 잡아가두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부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옭아매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토끼몰이식 진압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또, 사복체포조가 시민들 사이에 몰래 숨어들어 있다가 시위자 연행에 나선 것은 공권력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경찰이 떳떳한 공무집행을 하는 것이라면 진압 방식이나 수법도 정상적이고, 절제된 절차에 따라야 한다. 더욱이 사복체포조 중에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복장으로 위장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정도라면 경찰은 이미 공권력이기를 포기하고 ‘프락치’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자인한 셈이 된다.

경찰의 이런 강경 대응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법치’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법치란 현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실정법을 철저히 적용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시위 진압 방식은 더욱 강경하고, 야만적이 될 것이다.

국민은 법률에 보장된 각종 집회·시위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한다. 이를 억누르려는 정권의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음을 우리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야간집회를 허용하는 등 집회·시위의 자유를 더 넓히고, 거기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정부가 폭넓게 수용하는 게 폭력 진압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강경 진압은 다시 강경 대응을 낳고 이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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