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8 21:24
수정 : 2008.08.18 21:24
사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터넷 포털의 뉴스 서비스도 언론 영역에 포함해 신문법 등의 규제를 받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포털이 뉴스의 선별과 배치, 제목 달기 등 사실상 언론 기능을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 상당수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마당이니, 그 근거와 틀, 규칙 등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첨단의 인터넷 기반과 문화를 갖춘 한국이 이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도 그런 장치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여당이 도입하려는 규제가 그런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법 개정을 통해 포털 게재글도 언론 중재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등 포털의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물으려 하는 듯하다.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에서라면 더한 통제 방안이 나올 수도 있겠다. 정부·여당은 이미 촛불정국 뒤 포털에 대한 규제 조처를 여럿 내놓았다. 게시물 삭제 강제화 등의 대책이 마련됐고, 사이버 모욕죄 신설도 추진되고 있다. 여론의 다양성을 북돋우기보다는 비판적 여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조처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정치적 목적의 ‘포털 길들이기’일 뿐이다.
포털을 신문법 등 기존 미디어의 규제 장치에 함께 묶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지금 우리 국민이 누리는 소통과 미디어 환경은 매우 다양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들이 전파되고, 수용자 참여의 쌍방 소통도 일반화됐다. 일방적 전달과 수용 방식인 신문·방송 등 기존 미디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낡은 법 테두리 안에 이를 묶어두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억지로 그리하려 했다가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을 압살하게 된다.
규율이 필요하다면 억제와 통제보다는 조장과 지원을 위한 새로운 법·제도 마련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이를 통해 여론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고, 이미 성숙한 인터넷의 자정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에는 최소한의 규제가 최선이라는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지금처럼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성급하게 덤벼들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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