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9 20:47
수정 : 2008.08.20 11:43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신입생을 선발하는 국제중 전형요강(안)을 발표했다. 별도의 선발시험을 치르지 않고, 최종단계에선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뽑기로 한다는 게 그 뼈대다. 하지만 중학 입시 부활, 사교육 팽창, 초등 공교육 왜곡, 귀족 중학교 등장 따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눅이려는 꾐수일 뿐이다.
5배수를 뽑는다는 1단계에 이미 실력을 검증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학생부의 교과목 성적이나 주요 경시대회 입상 경력, 각종 영어교육 프로그램 이수 실적 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특목고가 입학사정에서 중시하는 전형 요소들이다. 게다가 국제중의 수업은 국어나 사회 등 일부 교과목을 제외하고는 영어 몰입식으로 실시된다고 한다. 충분히 준비된 아이들만 선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3단계의 무작위 추첨은 설립허가를 위한 통과의례용일 소지가 많다. 학교 설립만 이뤄지면, 공정성 시비 등을 이유로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국제중은 극소수 특권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귀족학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어 몰입식 교육을 받자면 연수 경험이 있거나, 그에 버금가는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경시대회에 입상하려면 학교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 극소수 저소득층 자녀 특별전형이 있긴 하지만, 구색맞추기일 뿐이다. 이들에겐 수업료 부담도 크고, 각종 특별활동이나 연수 비용을 댈 수도 없다.
교육 당국은 국제중 설립의 이유로 인재의 조기 발굴과 육성을 꼽는다. 그러나 초등생의 외국어 구사력이나 문제풀이 실력만으로 그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건 얼토당토 않다. 초·중등 과정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폭넓게 사고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조기유학 바람을 잡겠다는 이유도 든다. 하지만, 1년에 수백명 안팎의 부잣집 아이를 뽑는 것으로 수천, 수만명에 이르는 조기유학 바람을 잡을 순 없다. 국제중 설립 바람만 전국으로 확산시켜 아이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중학 입시제도의 부활만 가져올 뿐이다.
2년 전 교육부는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설립 요청을 거부했다. 지금도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교육청의 협의요청을 거부하기 바란다. 평준화 보완용이라는 특목고가 교육정책 전반을 엉망으로 만든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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