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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9 20:53 수정 : 2008.08.20 11:42

사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그제 사임을 발표했다. 의회의 탄핵에 직면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집권자가 스스로 권력을 내놓은 것은 파키스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피비린내 나는 정쟁, 정치권의 부패와 군부쿠데타로 점철된 파키스탄에서 “의회와의 대립이 더 심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물러선 그의 태도는 평가할 만하다.

1947년 인도에서 독립한 이래 파키스탄 정치는 한편으로는 민간과 군부 사이의 갈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세력과 종교세력 사이 갈등으로 점철돼 왔다.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하는 일이 되풀이돼 60여년의 역사에 33년 동안 군부통치가 이뤄질 정도로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무샤라프 역시 나와즈 샤리프 정권의 부패를 심판한다며 1999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파키스탄 역사에 미국이 더한 고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냉전시절 대소련 정책의 하나로 파키스탄의 군부정권을 지원해 파키스탄인들의 민주화 염원을 짓밟았다. 9·11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테러와의 전쟁에 파키스탄을 동원하고자 무샤라프 정권을 무조건 지지해 왔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정당 제도와 선거, 헌법 등 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상실했다.

이제 무샤라프의 퇴장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상황에 봉착했다. 무샤라프 사임 발표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파키스탄과의 유대관계가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지만, 두 나라 관계가 이전과 같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무샤라프 정권 아래서도 파키스탄 정보국 내에 탈레반 세력 지지자들이 발견될 정도로 테러와의 전쟁은 파키스탄 내 극력 저항세력과 반미감정을 키우는 역작용을 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무샤라프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뭉쳤던 연정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점증하는 반미 물결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으로선 테러와의 전쟁 및 대파키스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다. 파키스탄 같은 핵보유국이 정정불안에 빠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집권 연정 역시 선거혁명과 거리시위를 통해 철권통치를 끝장낸 국민들의 민주회복 열망에 보답해야 한다. 식량과 전기 부족, 인플레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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