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0 20:24
수정 : 2008.08.20 20:25
사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지난 18일 국민연금의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추계 결과, 재정고갈 시점을 2047년으로 봤던 2003년의 추계와 달리 현재의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고갈 시점이 2060년대로 늦추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운영개선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제도개혁 피로감을 고려해 연금개혁 여부는 5년 뒤 3차 추계 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연금제도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전체 노인에게 조세에서 일정한 연금을 일제히 지급하는 기초연금제 도입만이 현재의 사각지대와 국민연금제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원천적 해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이런 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미 자영업자의 절반은 연금제도에 가입하지 않아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가입된 경우도 현재와 같은 불안전한 고용구조와 낮은 급여율로는 노후의 안정적 생활 수준을 확보하기 어려운 ‘용돈 연금’이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치명적인 결함으로 지적돼 왔다. 기금 고갈도 문제지만 기금의 적립 규모가 너무 커져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점도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한다면, 현 정권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기형적인 기초노령 연금제를 폐기하고 제대로 된 기초연금제를 실행하는 작업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물론 ‘국민연금 운영개선위’에서는 이 문제도 공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도개혁 논의를 5년 뒤로 미루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적어도 올 10월 이번 추계결과를 토대로 제도개선 사항에 대하여 국회에 보고할 때까지는 기초연금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향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설계와 재정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복지정책 전반에서 현 집권 세력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음에도, 적어도 기초연금제 도입에서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러한 기대마저 저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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