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0 20:25
수정 : 2008.08.20 22:42
사설
정부가 올림픽 선수단의 귀환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슬그머니 한발 물러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때 270여명의 선수단이 인천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자동차 행진을 벌이고 이어 축하행사를 하는 방안을 계획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유례없는 이런 계획은 선수단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해단식을 하고 서울 시청앞 광장까지 걸어가 국민 대축제에 참석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해 국민들은 몹시 뿌듯해하고 있으니 환영행사를 할 만하다. 그러한 환영행사는 선수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돼야 하며,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의 뜻을 존중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영행사가 그런 쪽으로 내실있게 치러져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카 퍼레이드 계획이 백지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발상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스포츠를 정권 홍보에 활용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선수단 차량행진은 1996년부터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올림픽이 아닌 특정 종목 차원의 자동차 행진은 그 뒤에도 더러 있었지만, 권위주의 시절 두드러졌던 70년대식 발상이다. 이른바 선진화를 내세운 정부가 후진적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 선수 등 메달리스트를 중심으로 일정이 끝났음에도 행사를 위해 귀국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의 조처에 불만을 나타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대한체육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 행사를 크게 계획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러한 통제는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선수들의 수준에도 맞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의 위상은 선수들의 뜻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다져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면 줄수록 올라가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올림픽 개막과 맞물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몰아내고 민영화, 감세 등 논란성 정책을 밀어붙여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려 든다는 의구심을 주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묵묵히 기량을 갈고 닦아 땀의 대가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국정 지지도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는 이 정부가 본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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