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1 21:05
수정 : 2008.08.21 21:05
사설
세계식량계획(WFP)이 우리 정부에 옥수수 15만톤에 해당하는 6천만달러의 대북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 요청을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트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지금 1990년대 이후 최대 식량난을 겪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도해 온 유엔 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인구의 30%에 가까운 620만명의 취약층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15개월 동안 긴급 구호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이 계획 참여는 북한 핵문제나 금강산 사건 등을 이유로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식량계획 쪽의 요청을 받고 나서야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검토하겠다”는 정부 태도는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도 민망하다. 신속하게 동참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나아가 대북 직접 지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행정비용 등으로 효율이 떨어진다.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직접 지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대북 지원 기회를 놓친 것이 남북 관계 악화 이유의 하나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은 남북 관계를 안정시키고 민족적 일체감을 키우는 토대다. 금강산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으나 정치적 문제와 다른 사안은 구분하는 게 남북 관계의 정도다.
남쪽 사람들의 방북을 무작정 막는 정부 태도 또한 이참에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전교조와 6·15 공동선언실천 남쪽위원회 청년학생본부에 이어 민주노동당 대표단의 방북도 무산시켰다. 교류 억제가 대북 압박카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오히려 민간 및 정당 사이 교류를 더 활성화해 남북 관계 경색을 풀어야 한다.
북한이 금강산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이런 돌발적 사건이 남북 관계 전체를 규정하도록 해선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남북 관계의 큰 틀을 잡아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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