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7 20:51
수정 : 2008.08.27 20:51
사설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어제 청와대에서 앞으로 20년 에너지 정책과 집행의 근간이 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법과 비전이 절실하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그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며 방향과 절차에 많은 문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은 본래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을 뜻한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에너지 공급 위주로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본래 뜻과 달리 개발 위주의 정책을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계획은 2030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19달러로 예상하고 에너지 수요가 연간 1.6%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유가는 올해 140달러를 넘어선 적도 있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이한 국제유가 전망을 바탕으로 수요를 줄이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원전의 발전량 비중을 지난해 36%에서 2030년 59%로 높이겠다고 한다.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 까닭에 지난 30년 가까이 원전과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싸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원전 10기를 더 지어야 하는데, 안전 우려에 더해 발전소 터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반면 중국도 2030년 전체 에너지의 2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확보할 계획이라는데 우리는 11%로 목표를 낮게 잡았다. 이로써 이번 기본계획이 원전을 확대하려는 방편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경제정책과 산업정책, 환경정책이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전면 국가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충분한 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 규모와 다소비 산업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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