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8 22:35
수정 : 2008.08.28 22:35
사설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동안 여야 합의나 국민 다수의 지지 속에 통과된 개혁법안을 ‘좌편향’이라고 이념화하는 천박한 발상도 놀랍지만, 새로 내놓은 주요 법안의 내용을 보면 더 가관이다. 시대착오적이거나 반민주적, 반개혁적인 내용이 즐비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기존 법을 손질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기본권이 침해받거나 위협받는 것은 없애야 하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거꾸로다. 집회와 시위 관련 내용이 대표적이다. 촛불집회에서 드러났듯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최대 문제점은 야간에는 집회를 원천적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야간 활동이 늘어나고 국민의 시위 문화가 성숙해 온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조항이다. 따라서 야간집회를 허용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넓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히려 집단소송제 도입이니 복면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니 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억누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로는 선진화를 외치면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라는 시위의 공적인 기능을 아예 부정하려 하고 있다. 선진 민주국가에 시위 집단소송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며, 복면 처벌 역시 복면한 사람을 무조건 범죄자로 치부한다는 면에서 과잉조처다. 불법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에 국고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발상도 시민단체를 길들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상에서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사이버 모욕죄를 별도로 신설하려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또, 재벌의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나 부동산 관련 세금의 완화,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법안 추진 등도 ‘반듯한 사회’ 실현이나 사회 정의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이 172석이라는 거대 의석만 믿고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야당의 반발로 일하는 국회는커녕 싸움판 국회가 우려될 뿐 아니라 국민적인 저항을 부를 것이다.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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