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9 21:39
수정 : 2008.08.29 21:39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이 어제(미국시각 28일 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로써 오바마는, 오는 11월 대통령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45년 전 “흑인 노예의 자손과 백인 주인의 후예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할 날”을 그렸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꿈, 나아가 모든 흑인의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수락연설에서 케냐 출신 아버지와 캔자스의 보통 여성이었던 어머니의 아들을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었던 미국의 꿈, 미국의 약속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그 꿈의 복원을 위한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부시 정권 8년 동안 잃어버린 것 중에는 “줄어든 임금이나 무역적자로 측정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공통의 목표에 대한 인식, 좀더 높은 목표의식”도 있다며, “바로 그것이 우리가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주택 할부금을 내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한 저축도 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경제,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 중단, 교육 기회 확충,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등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고, 이제 국가는 국민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을 도와주고 보살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수락연설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미국의 도덕적 발판을 회복시켜, 다시 한번 미국이 자유의 대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선의 희망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이 약속은 세계인에 대한 약속으로도 들린다.
부시 정권 동안 세계 최강국 미국은 지구촌의 신뢰를 상실해 왔다. 지구촌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을 뽑는다면 공화당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이란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그 단적인 예다. 오바마는 세계 최강의 경제·군사·문화를 가진 것만으로 세계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없음을 인정하고,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외교로 테러·핵확산·빈곤·대량학살·기후변화·질병과 같은 21세기의 위협을 물리칠 새로운 파트너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의 이런 약속이 미국과 세계의 올바른 관계 정립과 좀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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