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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9 21:53 수정 : 2008.08.29 21:53

사설

<문화방송>(MBC)이 광우병을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해 놓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을 무기 연기했다. 연기된 프로그램 ‘엠비시 스페셜-잃어버린 나의 아이’는 스물네 살 아들을 지난해 말 인간광우병(vCJD)으로 잃은 영국 어머니가 광우병 관련 진실 찾기에 나서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방송을 미룬 게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공정성·객관성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 4월부터 기획에 들어가 6월에 현지 취재까지 마치고 7월 중 방송될 예정이었다가 이미 한 차례 연기됐으니, 프로그램의 내용은 충분한 검증을 거쳤을 터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피디수첩’ 논란을 거치면서 공정성·객관성 강화 지침을 내렸지만, 이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문제되지 않았다. 검찰을 자극하고 정권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광우병을 다뤘다는 게 연기 결정의 유일한 이유였다는 것이다. 스스로 기준에 꺼릴 게 없는데도 외부의 눈치를 보는 이런 행동이 곧 자기검열이다. 언론이라면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언론의 자기검열은 공들여 지켜야 할 언론자유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어서 그 해악이 크다. 이번 일의 경우, 문화방송 쪽은 검찰의 ‘피디수첩’ 수사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권이 위헌 시비나 언론 탄압 논란을 무릅쓰고 법적 근거도 의심스런 피디수첩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분위기를 노렸기 때문일 것이다. 광우병 희생자의 어머니 말대로 “한국 언론인들은 광우병 말만 꺼내도 감옥행을 두려워해야 할 만큼 엄혹한 상황”을 만들어, 광우병에 대한 진실 찾기와 비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위협과 공포 분위기에 지레 겁먹어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그 부끄러움과 패배감은 주위까지 전염시키고, 다른 많은 문제에서 입을 막게 된다. 유신과 5공 시절 우리 언론이 뼈저리게 겪은 바 있다. 문화방송은 자신의 비겁한 결정이 정권의 언론 장악 기도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언론을 자기검열의 늪으로 몰아넣으려는 정권과 검찰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언론 보도에 대한 권력의 간섭과 압박이 필연적으로 헌법상의 언론 자유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위헌적 상황을 빚은 검찰의 피디수첩 수사부터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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