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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31 20:16 수정 : 2008.08.31 20:16

사설

오늘부터 나흘간 ‘세계 헌법재판소장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지구촌 30개국 헌법재판기관 수장과 6개 지역협의체 의장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오늘로 창립 스무 돌을 맞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실제 헌재에 대한 지구촌 헌법재판기관들의 평가는 아주 좋다. 헌재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헌재가 이뤄낸 성취다.

헌재는 이제까지 586건의 위헌법률 심판과 1만5782건의 헌법소원 심판을 접수해, 352개 법률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등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아닌 데서 위헌 사건을 다룬 이전 40년 동안 불과 5건의 법률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활동이다. 굵직한 결정도 적잖다. 우선 헌재가 스스로 ‘세계사적 사건’으로 평가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청구 기각 결정이 있다. 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동성동본 혼인 금지 및 호주제 관련 민법 헌법불합치, 군복무 가산점 위헌, 재외국민 선거권 인정 결정 등도 큰 파장을 낳았다.

물론 헌재가 좋은 평가만을 받는 건 아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는 소극적인 반면 정치적 사건에는 적극 개입했다는 비판이 그중 하나다. 정신적 자유권이나 사회적 기본권보다 재산권 등 경제적 기본권을 더 중시하는 듯한 경향도 문제다. 판사 출신자로 고착화하는 재판관 충원 구조도 시대 변화를 거스른다. 헌재의 근원적 보수성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헌재는 이런 비판들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더 나은 결정을 통해 답해야 한다.

헌재의 최대 임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 헌재 역시 스스로의 역할을 “헌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권력 행사에 의해 침해된 국민의 기본권을 회복하며…”라고 규정한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노골적으로 언론 장악을 꾀하고 집회·시위·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 사회적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담론 자체가 실종됐다. 헌재의 구실이 더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헌재는 이른바 87년 체제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이 체제를 만들어낸 87년 민주항쟁의 정신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 속에 성년 헌재의 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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