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31 20:17
수정 : 2008.08.31 20:17
사설
지난 8월27일 범불교도대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 김광준 성공회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은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 편향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에 그리스도인을 대신해 지지와 격려를 전합니다.”
실제 개신교계 안에서도 편애를 받는 것은 기독교 근본주의 교단이나 교회뿐이다. 촛불시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던 적잖은 개신교 목사들은 연행되거나 구속당했다. 진압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혔던 와이엠시에이(YMCA) 활동가들은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김 신부의 연대사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불교계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는, 종교 편향으로 말미암은 종교간 갈등과 충돌을 우려하는 종교인 모두의 정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불교계의 분노가 갈수록 확산되고, 일부 극단적인 행동마저 돌출하는 건 이런 정부의 뭉개기에서 비롯된 바 크다. 어제 전국 사찰 1만여곳에서 다시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가 일제히 열렸다. 한 승려는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항의한다며 엊그제 할복을 시도했다. 불교계는 지역별 불교도대회, 전국 승려대회 등 좀더 강도 높은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정부도 잘 알 것이다. 불교계의 행동이 치열해지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모든 종교분쟁이 그랬듯이, 종교간의 감정적인 대립은 사소한 빌미만으로도 다툼과 갈등, 충돌과 분쟁으로 확산된다. 종교간 대립의 인화성과 폭발성은 그만큼 큰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엄격한 종교적 중립, 나아가 사회 통합의 비전과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뭉개기로 일관하고, 이것은 제 편을 더욱더 결속시키기 위한 의도로 비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더 확산돼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불교계는 물론 기독교계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는 어 청장을 경질해야 한다. 여당 의원의 입에서 “나도 항의집회에 뛰쳐나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은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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