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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1 21:27 수정 : 2008.09.01 21:27

사설

기획재정부가 어제 법인세·소득세·상속증여세 세율을 낮추고, 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통상적인 세제개편이 아니라 세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그동안 경쟁국보다 조세부담률이 높아 경제 활력이 저하됐기 때문에,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기업이나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성장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엠비노믹스의 핵심이라는 이번 세제개편을 두고 기획재정부는 정상과세체계의 확립이라는 논리까지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우리 주변을 볼 때 이번 세제개편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세제개편으로 걸음마를 뗀 사회정책이 훼손되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면 남미식 사회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큰 덕을 보는 계층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다. 서민 중산층은 절대 세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세율 인하에 따른 혜택도 클 수가 없다. 법인세율 인하나 부동산세 완화는 대기업과 고가부동산 소유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다. 아무리 다른 논리로 포장해도 ‘강부자 정권’의 속성을 드러낸 세제개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경기 침체를 더 방관할 수 없어 경기 활성화의 계기로 감세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한 게 아니어서 그렇게 되리란 보장이 없다. 감세로 양극화가 심화하면 오히려 내수 기반이 더욱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세제개편이 효과가 불투명한 경제 논리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은 큰 문제다. 조세는 사회정의와 사회통합의 근간이다. 종부세·양도세는 불로소득에도 세금을 매겨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 정의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어렵사리 조세 형평을 기해온 것들을 흔들면 역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상속·증여 수단인 서화·골동품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방침을 분명히하지 못한 것도 그런 영향이 있는 듯하다.

세금이 줄면 사회복지와 미래에 대한 투자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벌써 기획재정부는 그런 쪽의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감세의 효과는 불투명하지만 복지지출이 삭감되면 한계계층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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