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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1 21:29 수정 : 2008.09.01 21:29

사설

서울지방경찰청이 어제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누리꾼 ‘권태로운 창’ 나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그가 지난달 17일까지 모두 40여 차례에 걸쳐 불법 폭력집회를 주최하고 주도한 혐의가 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나씨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진 혐의도 채증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나씨는 아고라의 대표적 논객 가운데 한 사람이다. 촛불시위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조·중·동 반대운동과 <한국방송>(KBS) 지키기 등 언론 관련 분야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활발하게 펴왔다. 최근에는 계간 <창작과 비평>에 ‘이것이 아고라다’란 글을 써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나씨는 촛불시위 과정에서 특정 장소를 시위 장소로 삼자는 공지를 올리고 여러 차례 시위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런 조직적 연관도 갖지 않은 그가 아고라에 쓴 글이나, 시위 공지를 근거로 집회를 주최하거나 주도한 것으로 보는 경찰의 시각은 위험천만하다. 포털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에 이어 논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모든 의견은 평등하게 교류되고 즉각적인 수평적 검증 과정을 거쳐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 간다. 나씨의 의견 역시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의견으로 누리꾼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도록 강요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의 글을 보고 거리로 나왔다면, 그것은 그의 책임이 아니라 이 정권의 책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화문을 메운 촛불 민심 앞에 사과한 것이 바로 그 책임에 대한 인정 아니었던가?

경찰의 이런 무리한 법해석은 한국방송 사장 교체 파동,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에 대한 압박, <와이티엔>(YTN) 민영화 발언 등 현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촛불시위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으로 기능해온 토론장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억압적인 정권 아래서도 국민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출구를 찾아왔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누리꾼의 반발을 초래해 정권과 국민 사이의 거리만 벌릴 무리수를 더는 두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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