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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2 20:56 수정 : 2008.09.02 20:56

사설

엊그제 심하게 흔들렸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어제는 불안한 가운데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이른바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으며 환율 급변동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분위기로만 보면 마치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며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대내외 경제상황을 보면 외국인들이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8조7천억원 규모의 채권 보유 물량을 팔고 나가고, 이로 말미암아 금융위기가 올 것이란 위기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이 가운데 1조7천억원은 국내기관 등에 매각돼 만기도래 금액이 줄었고, 채권 기대수익률이 상승해 외국인의 재투자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채권 매입자금을 들여올 때 스와프 계약을 해놓았기에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변수를 고리로 위기설을 퍼뜨리거나 그에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 침체와 증시 약세는 세계적 현상이다. 일면만 보고 위기설을 증폭하는 일부 외신보도는 사려깊지 못하다.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융불안의 여지는 널려 있다. 외환보유 세계 6위 수준이라고 하나 순대외 채권이 줄고 은행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해 재무상황이 취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의 신용경색이 심화하면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한국의 외화조달이 취약해지고, 신용경색이 해소돼도 미국 달러 강세 요인이 부각돼 원화 약세가 유발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 여건과 관계없이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흡인요인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처럼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에서 외환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경제성장률, 기업 순익과 같은 기초여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외국인 주식매도 행진이 계속된다면 정책요인에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현정부 출범 초에 고환율을 유도하다가 8월 초엔 환율안정을 우선하고 다시 최근에는 성장 우선 쪽으로 오락가락 환율정책을 폈다. 금융불안 심리가 깊어지는데도 여전히 펀더멘틀은 괜찮고 외채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정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위기의 내인은 ‘한국호’에 대한 불안감이요, 그 핵심은 정부에 대한 신뢰 위기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정작 경제체질을 개선하려는 의지나 어디로 가려는지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 선순환의 고리는 사회통합과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남북 화해 협력도 선순환에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근본적 과제를 제쳐놓고 세금 감면이나 건설경기 부양으로 반짝경기를 노리는 식의 정책으로는 결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에 너무도 깊은 상처를 남겼기에 작은 가능성에도 불안심리를 씻기 어렵다. 정부는 위기설이 과장됐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위기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보고 겸허히 더 근본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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