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2 21:00
수정 : 2008.09.02 21:00
사설
2010년부터 서울의 고교 학군이 크게 바뀐다고 한다. 지금의 학군제가 도입되고 30여년 만이다. 거주지 학교 강제 배정에서, 서울 전체로 학교 선택권을 넓힌다는 게 개편안의 뼈대다. 부산에서도 그런다니,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한 학군 개편은 큰 흐름이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학군제의 문제점은 이미 1980년대부터 제기됐다. 이른바 강남의 8학군에서 ‘명문대’ 입학생이 대거 배출되면서 당국의 고민이 시작됐다. 82년 정부 조사로는 8학군 고교생 42%가 위장전입자였다. 그래서 8학군 고교 배정에 필요한 거주 기간을 크게 늘리자, 이번엔 이주자가 늘면서 강남의 집값이 폭등했다. 덩달아 강북 학부모의 불만도 들끓었으니, 교육 당국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광역학군제였다. 오랜 논란 끝에 서울시교육청은 2005년 11월 학군제의 전면 개편 방침을 발표했고, 어제 개편안을 행정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이미 제도 개편의 목표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광역학군제 도입은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8학군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주지에 따른 교육 차별을 막고 부동산 폭등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격차는 학교 사이 격차에서 비롯되지 않고, 빈부에 따른 사교육 격차에서 비롯된다. 집값 역시 고등학교 효과보다는 사교육 특구 등 다른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바 크다.
물론 순기능이 없는 건 아니다. 원치 않는 종교 사학이나 부패 학교를 제한적으로 피하게 해 준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한 학교간 경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대입제도 아래서는 학교의 입시 학원화와 학교 서열화, 그리고 서민 밀집지역 학교의 공동화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역기능은 다른 모든 순기능을 덮고도 남는다. 정책 목표가 사라지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다면 포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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