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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3 21:37 수정 : 2008.09.03 21:37

사설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이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시민활동가들에 이어, 이제는 인터넷의 광장에서 여론을 이끈 누리꾼들을 잡아 가두려 하고 있다. 엊그제 다음 아고라의 대표 논객을 구속하더니 그제는 다른 누리꾼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촛불을 든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어떻게든 그 입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경찰은 이제 적법 절차와 공권력의 위신조차 포기한 듯하다. 시민의 휴대전화를 법적 근거도 없이 압수한 뒤 조사를 한답시고 통화기록에 나온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불법을 자행하고, 논객으로 알려진 누리꾼 뒤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다 무시로 검문·검색을 벌인다고 한다. 보란 듯 집 앞을 감시해 여러 사람을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모두 정당한 공무집행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이런 행태가 무엇을 노리는지는 분명하다. 평범한 시민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앞장선 이들이 구속되고, 이제 자신에게까지 그런 혐의를 들이댈 듯 위협하면 누구든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벌써 그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공포를 확산시켜 항의와 비판을 틀어막고 방관과 굴종으로 국민을 몰아넣는 게 동서양 전체주의 파시즘 체제에서 경찰이 했던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이 촛불집회나 시민세력, 언론을 상대로 벌이는 수사와 압박이 그렇다.

촛불집회에 대한 압박 수사가 결국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확산을 막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도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을 문제 삼는 경찰이 바로 헌법상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위험한 모습은 또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어제 “경찰관의 법 집행과정에서 다소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가 있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면 면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잉대응을 눈감아 주겠다는 뜻이겠다. 1980년대 박종철·이한열씨 사건 등도 바로 그런 생각이 만연한 끝에 벌어진 일이다. 법집행 기관이 이런 식으로 적법 절차 원칙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고 여긴다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법치’는 자기 마음대로 법을 적용하겠다는 으름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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