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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3 21:39 수정 : 2008.09.03 21:39

사설

김황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남에 따라 국회 표결이 남았다. 후보 임명 과정이나 청문회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김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 부적격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현직 대법관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삼권 분립의 정신을 크게 훼손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장 자리를 제의했을 때 사법부 독립을 위해 이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마땅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옮긴 사례를 핑계삼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이다. 전례가 있으니 괜찮다는 식이라면 잘못된 과거를 그대로 되풀이하자는 것밖에 더 되는가.

더구나 이 정부는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직전 감사원장을 사실상 내쫓았다. 전임 감사원장의 사퇴 과정에서 헌법을 짓밟은 것만 해도 큰 문제인데, 후임자 선정에서까지 정치권력이 편의적으로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감사원장 임명은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평가 이전에 헌법 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이 걸린 문제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김 후보자의 인식과 철학 역시 감사원장으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그는 <한국방송>(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옹호했으며, 심지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라는 감사 결과도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가 정 전 사장을 내쫓으려는 각본을 마련하기 위한 정권의 청부 감사였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아무런 비리가 없는데도 ‘현저한 비위’라고 결론 낸 감사원의 억지를 두둔하는 모습에서는 법률가로서 최소한의 양심조차 엿보이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아들 등록금의 부당 공제를 비롯해 인척 회사에 대한 감사 지시 의혹이나 군 면제를 둘러싼 의문 등은 이런 사안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해 보인다.

이런 이가 감사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청와대 눈치 보기와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 ‘정치 감사’가 난무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감사원은 이 정권 들어 공기업 기관장을 강제로 내쫓으려고 칼을 대대적으로 휘두른 바 있다. 정권의 수족이 아니라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정기관으로 감사원의 위상을 바로 세울 책무가 국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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