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4 20:53
수정 : 2008.09.04 20:53
사설
이른바 ‘9월 위기설’은 한풀 꺾였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위기가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은 충분히 해명이 될 만도 하다. 그런데도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는 정부가 위기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 탓에 시장 참가자들은 경제팀에 대한 신뢰를 접은 상태라고 한다. 정부의 금융·부동산·환율 등 모든 정책을 믿지 못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당-정-청 사이 엇박자가 끊이지 않았다. 정권 초기 물가관리 방안을 놓고 청와대와 재정부가 빚은 혼선이 대표적 사례다. 주무부처가 추진하고 발표한 정책들이 윗선에서 제동이 걸리고 수정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경우 주무부처는 재정부였지만 청와대가 안을 짜고 한나라당도 깊숙이 개입했다.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녹색성장은 실체가 모호하고 접은 듯했던 대운하는 다시 만지작거리는 등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정책 혼선은 범정부 차원의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눈앞의 위기 타개에만 급급한 단기적 대응에 치중해 빚어졌다. 경제 사령탑이 확실하지 않고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개입하는 구조가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 여건으로 보면 정책혼선과 실정의 책임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적으로 묻기 곤란한 측면도 있었다. 물론 잘못된 환율정책의 책임은 상당 부분 강 장관에게 있다. 정권 초기 기세 좋게 고환율을 유도하다가 수입물가가 폭등하자 외환을 쏟아부으며 환율상승을 막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어긋나게 독불장군식 정책을 편 결과 지금 같은 경제난국의 빌미를 준 것이다. 위기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공개 해명에 나서 대응도 안이하고 시기도 한 박자 늦었다.
엊그제 세제개편에 대한 비판에 강 장관은 “부자와 서민이 똑같이 재산을 나눠 먹자는 것인데 소련이 그렇게 해서 망했다”고 말했다. 체제도 역사도 전혀 다른 소련까지 끌어들인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관리능력뿐만 아니라 현 경제 상황을 보는 인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강부자’ 대변인이라면 모를까 서민과 중산층을 생각하는 국민경제의 수장이라면 할 수 없는 막말이다. 강 장관은 ‘시장의 반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을 마냥 끌고 가는 것은 우리 경제나 국민에게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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