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4 20:54
수정 : 2008.09.04 20:54
사설
엊그제 권오성 총무, 김광준 종교간 대화위원장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표단이 불교 조계종 총무원으로 지관 총무원장 스님을 찾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 차별로 깊은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불교계를 위로했다. 종교 차별을 종식하고, 종교간 이해와 화합을 통해 이 땅에 평화가 꽃피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어제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등 불교와 가톨릭 중견 성직자들이 순례를 떠났다.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온몸을 내던지는 오체투지 순례다. 지리산부터 계룡산을 거쳐 묘향산, 그 먼 거리를 풀처럼 눕고 일어서며 가겠다고 하니, 아예 길 위에 목숨을 내놓았다. 새만금 삼보일배에 이어 두 번째다. 낮추고 또 낮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세상의 어둠을 밝히려는 것이다.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생명, 평화를 지키겠다는 서원이 칼날처럼 매섭고 반석처럼 강하다.
스님, 신부님, 목사님의 동행이 아름답다. 진흙탕에서 핀 연꽃 같다. 일부 배타적 기독교인들과 비민주적 정치권력이 조장한 분열과 혼란 속에서 이루어진 동행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신의 폭력이 날로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사람과 생명, 평화를 찾아 떠나는 것이기에 저들의 신이 보시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위기는 경제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과 자비, 신뢰와 존중 등 인간적 가치의 파괴에서 더 큰 위기가 닥친다. 이명박 정부는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고, 신뢰와 믿음보다 경쟁과 투쟁을 가르쳤으며, 평화와 공생보다 독식과 절멸을 요구했다. 코흘리개 아이들마저 무한경쟁의 정글로 밀어넣는다. 결국, 사랑과 평화의 종교까지도 증오와 분열의 도구로 만들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말씀이나,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주라는 가르침은 저들의 경전에서 지워졌다.
기독교인 교수 단체인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엊그제 낸 성명에서, 지금 사태의 뿌리를 ‘배타적 대형 교회와 이들의 정치 세력화를 실현한 장로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지목했다. 같은 신앙인으로서 이들의 촉구-대통령 사과와 경찰청장 사퇴, 대형 교회와 보수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 금지-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스님, 신부님, 목사님의 동행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더는 필요가 없도록 하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