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본고사의 비중을 높이는 안에 대해선 이미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하는 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국어·영어·수학 등의 지식을 구체적으로 묻는 필답고사가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것이 본고사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를지 의문이다. 논술고사만을 위한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세 영역 이상으로 나눠 논술형 본고사를 치르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과외 부담만 더 높일 수 있다.
정부 방침과 반대로 내신의 실질반영 비율을 높이지 않기로 한 점 또한 문제다. 정부는 고교 정상화를 돕기 위해 내신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이런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내신 확대가 최선의 고교 정상화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편법적인 고교 등급제를 통해서라도 우수한 학생들을 뽑겠다는 일부 사립대의 이기적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목고와 강남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해서 성적 좋은 학생들을 싹쓸이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편에서는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모든 걸 자율에 맡기기는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의 입시안은 다른 대학은 물론, 고교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사회적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이라면 그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대는 교육 관계자, 시민단체,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교육발전협의회 등 사회적 논의틀을 통해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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