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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자극해 얻는 것이 무엇인가? |
북한 핵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사이에 오가는 말싸움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위험한 인물” “폭군” 등으로 비난하며 자극한 것은 그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한다. 북한이 6자 회담 참가 여부를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하는 때, 상대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시 대통령은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고, 김 위원장을 ‘피그미’(난쟁이) ‘버릇없이 구는 아이’로 비하하는 등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집권 2기에 들어서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행태는 다시 실망감을 낳고 있다. 미국이 겉으로 하는 말과는 달리 이미 6자 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북한이 즉각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불망나니’ ‘도덕적 미숙아’ ‘인간 추물’ ‘세계의 독재자’ 등으로 반격하고 나선 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가 한반도 평화를 얼마나 저해하는지 알고 있는가.
다행히 아직까지는 ‘말의 전쟁’ 수준이고 양쪽이 ‘핵무기 실험’이나 ‘대북 제재’ 등 실제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말싸움으로 감정이 격해지면 사태가 어떻게 악화할지 모른다.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6자 회담 성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양자 대화에 융통성을 보일 뜻을 비친 것은 그래서 다행스럽다. 모쪼록 양쪽이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바란다. 6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평화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도록 우리가 좀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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