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7 21:19
수정 : 2008.09.07 21:19
사설
정부와 여당이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이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식량계획(WFP)의 거듭된 지원 호소에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이 문제를 사실상 연계시키며 응하지 않았던 그간 정부 태도를 고려하면 반가운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대북 식량지원은 그야말로 인도적 행위다.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 그것도 동포를 돕는 일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인권과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나라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 역시 인도적 지원은 다른 남북관계나 핵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니, 대승적 태도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논의를 보면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지원 시기를 “10월 초 북한의 쌀 작황 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식량계획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곧 기아상태로 들어갈 위험이 있다며 각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식량계획의 장 피에르 드마저리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의 묵은 식량 재고는 곧 바닥나고, 가을에 거둬들일 쌀과 옥수수가 일반 가정에 배급되는 시기는 10~11월이기에 지금이 북한 주민들에겐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인도적 참상을 막고, 남쪽 도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시기를 늦잡아선 안 된다.
지원 방식에서도 직접 지원이 바람직하지만, 우선 식량계획을 통해 지원을 시작해 새 정부 등장 이래 쌓여온 남북 사이 불신을 줄여나가면서 직접 접촉면을 넓혀가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고, 정체 상태에 있는 6자 회담에서 우리가 할 몫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6자 회담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지 않자 북한은 핵시설 복구를 선언했다. 봉인 제거 등 복구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술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북-미 긴장의 고조가 우리에게 이로울 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북쪽과 대화 통로를 열지 못한 채 소외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인도적 지원의 재개는 대화 통로를 잇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원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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