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8 21:24
수정 : 2008.09.08 21:24
사설
어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대변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대변인으로서 교원평가에 찬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2005년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추진한 이래 시종일관 이를 거부했고,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이에 대한 저지를 하반기 주요사업으로 확정한 터였으니, 조직적 차원에선 징계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끝날 사안은 아니다. 전교조는 대변인 경질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한다. 전교조는 조직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평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외면하기로 한 것인가. 이익집단으로서의 성격이 참교육의 기치에 선행하는가. 학부모 학생의 등을 돌리게 하고서도 정부의 반교육적 교육정책에 맞설 수 있다고 보는가.
지난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와 전교조에 반대하는 후보의 싸움으로 진행됐다. 양쪽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는 교원평가에 대한 태도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안팎인 최악 상황이었음에도, ‘작은 엠비’로 불리던 반전교조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기묘한 선거전의 결과였다. 교육 민주화를 열망하던 이들은 엉뚱한 각축 속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시장주의 교육정책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민주화 운동 시기 전교조가 향도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 때문이 아니라, 참교육의 기치에 학생과 학부모가 힘을 보탠 까닭이었다. 조직력은 그로 말미암아 거둔 부수입이었다. 다소 조직이 상처를 받더라도 학생 학부모의 합당한 요청을 따라야 한다. 이들을 떠나서 전교조는 존재할 수도,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무능하고 무성의한 교원의 피신처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도 지킨다.
지금은 교원평가제 수용이냐 거부냐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다. 합리적인 평가 방법을 도출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학생 인권을 말하면서 학생의 평가권을 거부해선 안 될 것이고,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 학교 관리자도 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교육 시스템 또는 사학의 경우 재단운영에 대한 평가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교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전근대적인 기존의 근평제도 쇄신해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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