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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8 21:25 수정 : 2008.09.08 21:25

사설

시민사회단체와 불교계뿐 아니라 최근엔 한나라당 내부로부터도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아 온 어청수 경찰청장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어 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유감스럽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사퇴 여부는) 저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15만 경찰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가 ‘어 청장 사퇴 불가’라는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공식적인 입장 표명인 셈이다. 이에 맞춰 한나라당 내에서 어청수 청장 경질을 촉구하던 목소리도 수그러들었다. 당직자들은 지난 주말부터 태도를 바꾸어 ‘경찰청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청와대 방침에 황급히 코드를 맞췄다.

우선, 어청수 청장은 불교계와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지난 촛불시위 과정에서의 과잉 진압과 그 이후 강경한 공안탄압의 책임을 지고서 하루빨리 물러나는 게 백번 옳다. 그게 불교계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불교계와 갈등 해소를 이유로 청와대에 어 청장 경질을 건의하긴 했지만, 이런 사정이 있기에 한나라당 요구는 나름대로 민심의 흐름을 반영했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의견을 깨끗이 무시했다.

대통령 인사권에 한나라당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여권 내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어 청장 경질 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 설정이다. 청와대가 결정을 내리면 한나라당은 태도를 180도 바꿔 그 결정을 추종하는 모습을 또다시 보여줬다. 지난 7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를 했을 때도, 청와대가 장관 인사청문회의 법적 시한을 문제 삼자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 자체를 무효로 돌려 버렸다. 이렇게 한나라당이 청와대 결정을 추수하는 데만 급급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정국은 꼬이고 정권은 민심과 더욱 멀어지기 쉽다.

대통령제에서 여당은 청와대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함께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파트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면서 군림한 적이 있지만, 그게 정상적인 당-청 관계는 아니다. 더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원내 172석의 거대 여당이다. 국회 다수를 점한 한나라당은 행정부에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국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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