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08 21:26
수정 : 2008.09.08 21:26
사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9조는 정당의 당원이나 공직선거 후보로 등록했던 사람은 인권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 10조는 “인권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의 독립성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러한 법 정신과 규정을 앞장서 무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추천 몫의 인권위원에 김양원 목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20여년 동안 장애인을 대상으로 복지사업과 선교활동을 해 왔다. 장애인 관련 활동이 인권 문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제쳐놓고라도 그의 정치적 경력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 목사는 지난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비례후보 신청자 모두한테 특별당비를 받았기에 김 목사 역시 정당법상 한나라당 당원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는 애초 인권위원의 자격이 없다. 얼마 전에도 대통령 선거 때 이 대통령을 도왔던 김동수 목사가 물망에 올랐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철회된 적이 있다. 청와대가 인권위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 추천으로 며칠 전 임명된 최윤희 비상임 인권위원도 마찬가지다. 최 위원은 한나라당 윤리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권위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인권위법 정신을 노골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비판이 일자, 최 위원은 최근 윤리위원을 사퇴하기는 했다. 그러나 정당 활동을 그만뒀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지향성이나 당파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기업 이사를 하고 있는 점이나 과거 공안검사 경력 등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최소한의 인권 의식이 있다면 최 위원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잇달아 무시하고 있는 것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퇴거 조처를 유예하라는 긴급구제 권고나 공직자윤리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라는 권고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의해 각각 묵살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가 존중하지 않으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인권위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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