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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0 08:49 수정 : 2008.09.10 08:49

사설

어젯밤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는 지난 6개월간의 국정 평가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의 시국 인식과 국정운영 평가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국민이 진짜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대통령은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국민의 요구와 대통령의 인식이 겉돌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느낌이다.

대표적인 게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평가와 제 평가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뿐 아니라 시장으로부터도 강한 비판을 받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뢰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엔 “환율정책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초기엔 (문제가) 좀 있었지만 지금은 잘 조화된다. 잘 협의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평가와 자신의 평가가 같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서 민심과 이 대통령은 저만큼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해도 국민의 답답함은 해소되질 않는다.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소수의 불법, 폭력적(인 행동)으로 변했다. 불법, 폭력은 강력하게 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그토록 거대한 규모의 촛불집회와 시위가 몇 달 동안 벌어졌는지, 정부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성은 한마디도 없다.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일부 공직자가 종교 편향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해서 불교계의 마음이 상한 걸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공직자의 언행’을 문제의 시발점으로 지적한 그의 발언은 솔직하지 못하다. 논란이 이렇게 커진 덴 이 대통령 자신의 언행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게 많은 국민의 시각이다. 그는 집권 이후 첫 인사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특정 교회 인맥을 중시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특정 종교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니 다른 공직자들도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러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런 데서 이 대통령의 진실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언제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하지만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한 그의 발언이나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이런 구호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가 아니라 말 없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정치적 반대자의 얘기를 듣지 않겠다는 건 스스로 소통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말 없는’ 국민에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해선 소통은 불가능하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왜 국민이 그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소통도, 화합도 이뤄지겠지만, 그걸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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