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10 20:53
수정 : 2008.09.10 20:53
사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근거도 강하다. 그는 그제 정권수립 60돌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요한 공개행사에 불참한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일 텐데, 지금 일부러 은둔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그가 공개행사에 나온 것은 지난달 14일이 마지막이다. 권위 있는 외국 뇌졸중 전문의 여러 명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는 얘기도 떠돈다.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만만찮은 변수가 된다. 이런 때 중요한 것은 정세가 요동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섣부르게 ‘김정일 유고’를 단정하고 과잉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 관련국들과 충분히 협력하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서나가는 행동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국가전략에 충실한 차분한 대응이 요구된다.
김 위원장이 중병일 경우의 대비책 마련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북한 내 급격한 권력구도 변화는 6자 회담과 남북 관계, 북한과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 등에 두루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상되는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최선의 길을 찾고 이에 따른 행동계획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구실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정일 이후 권력구도는 이미 북한의 당면 과제가 됐다. 이 문제가 한반도·동북아 정세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좀더 투명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6자 회담 진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6자 회담은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지만 북한의 개혁·개방을 뒷받침할 국제적 틀이기도 하다. 곧, 6자 회담이 성공해야 북한 체제의 안정도 쉬워진다.
새삼 아쉬운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냉각된 남북 관계다. 남쪽은 북쪽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하고 북쪽 처지에 맞게 즉각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북쪽과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이나 중국보다 비켜서 있다. 이번 일은 실질적 남북 관계 개선이 선택이 아니라 당위임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정부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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