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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1 19:56 수정 : 2008.09.11 19:56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를 무리하게 사장에 앉힘으로써 발생한 <와이티엔>(YTN) 사태가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구본홍씨 출근저지와 인사 불복종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조합이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자 구씨 쪽에선 조합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노조 쪽은 구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7월17일 주주총회 결의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와중에 경찰은 노사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한다며 와이티엔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해 놓고 여차하면 진입할 태세다.

와이티엔을 비롯한 요즘 방송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언론자유 수호투쟁을 보면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정권은 자신의 나팔수를 앞세워 공영방송 장악에 나서고 경찰력을 언론사에 투입하는 일도 마다지 않고 있다. 남대문 경찰서장은 구씨의 고소가 접수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복경찰들을 앞세우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70~80년대 언론의 암흑기에도 없었던 언론사에 대한 경찰투입 위협이 21세기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이나 소송 등으로 위협한다고 해서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와이티엔 노조의 투쟁이 중단되진 않을 것이다. 지난 4월 구본홍씨 사장 내정설이 나온 이래 투쟁을 계속해 온 와이티엔 노조는 57일째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구씨는 주총에서 날치기로 사장에 선임됐지만 제대로 사장실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그가 사장 이름으로 단행한 인사도 철저히 외면됐다. 노조원 중 단 한 사람도 새로운 보직으로 옮겨가지 않은 채 인사 불복종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구씨 쪽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음에도 파업 찬반 투표에 91.1%의 노조원들이 참여해 76.4%의 찬성으로 파업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와이티엔 노조원들의 언론자유 수호 의지를 웅변한다.

상황이 이쯤 됐는데도, 사장직에 연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 자신 역시 언론인이라는 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물러나는 게 최소한의 체면이나마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날치기로 사장에 선임된 그가 다시 경찰의 힘을 빌려 사장실에 들어간다 한들, 와이티엔 구성원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구본홍씨는 한국 언론을 더는 욕되게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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