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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2 18:35 수정 : 2008.09.12 18:35

사설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실패를 놓고 여권이 어수선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새벽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할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대체로 홍 대표의 사퇴를 말리고 있다고 한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마당에 원내 사령탑을 교체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미숙한 원내 전략 등을 이유로 원내대표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논의는 예결위와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제때 채우지 못한 것이나 대타로 의원을 예결위에 참석시키면서 국회법 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내 기강이 너무 해이하고 원내대표단이 약하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의 힘을 과시하려다가 국회법 규정을 몰라 밤을 새면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으니 누가 봐도 한심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매끄럽지 못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 잘못된 발상과 태도에 있다. 즉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려고 했다는 점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예결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자유선진당의 협조를 얻어 추경안을 강행처리한 데 이어 본회의까지 밀어붙이려고 시도했다. 더구나 예결위 통과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운영을 강조한 김 의장의 거부로 다행히 무산되기는 했지만, 필요하면 힘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로 간 과정을 보면 이 점은 더 분명해진다. 완전한 합의냐 아니면 부분적인 합의냐는 해석상의 논란은 있지만, 여야 정책위의장은 막판에 추경안에 대한 사실상의 합의에 도달했다. 설령 이견이 남았더라도 조금 더 노력하면 해소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인내하고 타협하기보다 의석수를 믿고 강행처리하는 쪽을 선택했다.

한나라당 172석에 자유선진당 등을 합하면 보수세력은 190석에 이른다. 힘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여당이 숫자를 앞세우는 정치를 할 경우 야당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그 경우 극한 대립과 대결로 치달아 정치의 실종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우리 의정사는 말해준다. 이는 결국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독선과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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