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15 20:34
수정 : 2008.09.15 20:34
사설
추석 연휴가 되면 정치권은 긴장한다. 전국 각지의 수백만 가정에서 동시다발로 현안토론이 벌어지고 여기서 조정된 민심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전 국민과의 대화를 강행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불교계 지도자들을 쫓아다닌 것은 이 때문이다. 부정적인 소재를 없애고 대신 새로운 전망과 비전을 제시해, 전국민 가족 토론회를 유리하게 이끌려 했던 것이다.
설사 꾐수라 하더라도, 정치권의 이런 노력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추석을 국정 운영의 전기로 삼고자 했던 이 정권으로서는, 더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민심의 소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연휴가 끝난 지금 이상징후가 느껴진다. 수렴된 민심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한 목표를 합리화하는 데 민심을 왜곡·이용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어제 추경예산안 강행처리를 공언하고, 단기 성과를 위해 서민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것 따위가 그렇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전하는 이 정부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바닥이긴 하지만, 기대감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6개월밖에 안 됐다는 것이 이 정권의 유일한 기회 요인인 셈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이정현 의원이 표현했듯이, 사실 추석 민심은 집단 우울증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다수 국민이 현실의 곤경은 그렇다 해도 내일의 희망까지 잃어버리고 있으니, 자연스런 일이다. 이는 경제난 피해가 중산층 서민에게 집중되는 탓이기도 하려니와, 10%의 상류층에게로 혜택이 집중되는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의 자랑이던 사회경제적 역동성과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도 피하기 어렵다.
크게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계층, 직종, 세대, 도·농은 물론 이념, 종교 등 모든 분야에 둘러쳐진 불통의 장벽을 헐어야 한다. 그리고 화해와 통합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의 혜택이 먼저 서민과 중산층에 먼저 돌아가도록 해야 하고, 그들의 희망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들이 다시 앞장서지 않고는 활력과 역동성을 회복할 수 없다. 변해야 정권도 국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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